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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미준의 자연과 지역을 담아내는 건축

by riarch 2024.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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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으로서의 이타미준의 삶

이타미준은 일제강점기에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 일본에서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살아가는 것이 어려운 시대였지만 태어나서 눈을 감을 때 까지 유동룡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한국인으로서 살았습니다. 한국의 전통에 관심이 많았고, 제일교포로서 살아가면서도 한국의 문화와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앞장섰습니다. 일본에서도 눈에 띄는 훌륭한 건축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제일교포였기 때문에 주목받지 못하는 기간이 있었습니다. 2000년대 이후부터는 한국의 제주도와 서울에서 차차 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이렇게 한국에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면서 이타미준의 철학이 담긴 훌륭한 건축물들이 많이 지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현재 우리는 주로 제주도의 건축물로 이타미준을 알고 있지만, 프랑스 국립 기메 박물관에서 건축가 최초로 개인전(2003)을 연 세계적인 건축가입니다. 한국과 일본 프랑스에서 다양한 상과 훈장 등을 수상하였고, 뉴욕에서도 작품 활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그는 일본과 한국에서 모두 이방인으로서의 힘든 삶을 살았지만, 어떤 하나의 국가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였던 것 같습니다. 건축을 함에 있어서도 국가에 제한되기 보다는 그 건물이 지어지는 땅의 지역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고 발전시켜나갔습니다. 이런 그의 삶과 건축에 대한 태도는 그의 건축물을 통해 드러났고, 그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건축가로 활동하였습니다.

 

이타미준의 최초의 한국 건축물 : 온양미술관

 온양미술관은 이타미준이 최초로 한국에 설계한 공공건물입니다. 당시 낯선 제일교포가 어떻게 온양미술관을 설계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작품은 이타미준이 한국에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정면에서 본 미술관 건물은 나지막하게 깔린 기와지붕이 수평적이고 안정적인 느낌을 주며, 중앙에 솟은 매스가 수직적인 요소로서 중심을 잡아줍니다. 이타미준은 한국의 민가의 황토벽을 인상 깊게 보고 이 건물의 외벽을 황토벽돌로 마감하였다고 하는데, 이는 기와지붕과 잘 어우러져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정문을 통해 내부에 들어가면 반전의 공간이 나타납니다. 수직적으로만 보였던 중앙의 매스는 내부로도 아주 깊고 넓은 형태로서 외부에서는 예상할 수 없었던 공간을 보여줍니다. 높은 천정고와 그를 받치는 목구조, 그리고 측창으로 들어오는 빛은 마치 유럽의 교회만큼 웅장한 느낌을 줍니다. 이타미준은 아산의 충무공 흔적들에 영감을 받아 거북선을 모티브로 이 건물을 디자인 하였다고 하는데, 편안한 외부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웅장한 내부의 반전적인 공간이 인상 깊은 작품입니다.

 

제주도의 자연을 담은 이타미준의 작품

 이타미준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곳이 바로 제주도입니다. 이타미준은 제주도에 많은 건축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이타미준이 제주도에 남긴 작품들은 건축은 자연과의 매개체가 되어야 한다는 그의 이념이 잘 담겨있습니다.

 포도호텔은 제주도의 오름과 민가의 형태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진 건축물입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포도모양이라고 하여 포도호텔이라는 이름을 가졌습니다. 이름처럼 모나지 않은 둥근 형태의 지붕 여러개가 나지막하게 깔려있습니다. 이런 형상은 주변에 스며들어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제주도의 자연과 어우러집니다.

방주교회의 내부

 

 방주교회는 이름 그대로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교회입니다. 건물 주변으로 있는 수공간은 건물이 마치 물위에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수공간을 지나 내부로 들어서면 은은하게 들어오는 자연광이 환하게 실내를 비춥니다. 건물주변의 수공간을 통해 반사되어 들어오는 빛은 은은하게 내부를 비쳐주기도 하며, 천장에 영롱한 그림자를 남기며 성스러운 공간의 분위기를 더해줍니다. 이 교회의 설계 컨셉은 하늘의 교회라고 합니다. 인상적인 지붕은 세가지 색깔의 징크소재로 만들어졌는데 반짝이는 하늘의 모습을 담기 위한 디자인 요소입니다. 또한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모습을 비추는 수공간, 그 수공간을 통해 반사되는 빛과 그림자 또한 이타미준이 건축물을 통해서 하늘을 담는 방식이었습니다.

 수풍석 미술관은 이타미준이 만든 제주도의 자연을 위한 공간입니다. 물과 바람과 돌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이타미준이 자연을 여기는 마음이 드러나는 공간들입니다. 이 세 공간에서 가장 인상적인 요소는 빛인 것 같습니다. 수 박물관에는 커다란 둥근 빛을, 풍 박물관 에서는 세밀하게 새어나오는 빛을, 석 박물관에서는 마치 스포트라이트 같은 빛을 각각 다르게 사용함으로써 공간에 임팩트를 줍니다. 시간에 따라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의 빛은 시간과 날씨에 따라 변화합니다.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마치 사람처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건물의 모습이 각각 다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과 함께 자연스럽게 변하는 건물의 모습을 이타미준은 의도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2011년 그가 사망하면서 건축에 대한 모든 업적들을 남기고 그의 딸 유이화에게 유언장과 함께 전해주었습니다. 유이화 건축가는 아버지의 사무소를 이어받아 현재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제주도에 유동룡 미술관을 개관하여 이타미준의 건축일생을 담아내었습니다. 유동룡 미술관은 그의 딸 유이화와 제자들이 가장 이타미준다운 공간으로 계획하기 위한 노력이 느껴지는 건물입니다. 또한 이타미준의 일대를 잘 보여주는 전시는 이타미준을 깊이 알아볼 수 있는 곳으로 방문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