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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루 시자의 맥락을 고려한 겉과 속이 같은 건축

by riarch 2024.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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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과 속이 같은 알바루 시자의 건축

 알바루 시자는 1993년 포르투갈에서 태어났습니다. 1949년 포르투 건축학교에 입학하여 건축을 시작합니다. 당시 학교의 교장을 맡고 있던 카를루스 라무르가 르코르뷔지에를 학생들에게 소개 하였고 알바루 시자 또한 르코르뷔지에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모더니즘 건축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포르투 건축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건축의 색채를 연구하여 적용하는 등 그의 초기작품에서는 포르투 건축의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이후 점차 국제적인 건축가로서의 면모를 지니며 자신만의 정체성으로 건축물을 만들어 냅니다.

 그의 건축물은 단순하고 명료하여 시적이라고 주로 표현합니다. 모더니즘 건축물과 비슷해 보이지만 르코르뷔지에, 미스 반 데어 로에 등의 건축가들이 건물을 만드는 방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모더니즘 건축가들은 건물을 구조를 담당하는 구조체와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는 벽, 외피로 구분하여 건물을 구성했습니다. 하지만 알바루 시자의 건물에서는 구조체와 외피를 별도로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구조와 외피가 일체화 되어있으며 재료 또한 동일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재료로 이루어진 바닥 천장 벽은 곧 구조이고, 외피가 되며, 공간을 구획합니다.

 그가 이런 방식으로 건물을 구성하는 이유는 건물은 겉으로 보이는 형태 그대로 내부 공간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보통 건축에서 벽체는 시공성을 위해 벽체 내부와 외부에 마감재를 덧대어 깔끔하게 시공합니다. 내외부에 사용할 수 있는 마감 재료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보통은 내부와 외부의 성격에 맞는 서로 다른 재료로 각각 마감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내부에서 보는 벽은 실내공간을 구분 짓는 벽체로 인식되며, 외부에서 보이는 벽은 외장재의 느낌이 더해져 건물의 볼륨으로 인식됩니다. 그런데 알바루 시자의 건물에서 벽체는 내외부가 구분되지 않습니다. 외부에서 보이는 벽체 그대로 내부공간을 만듭니다. 이 점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 건물을 계획해 본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놀라운 지점입니다. 건물의 벽체에는 단열재, 외장재 고정을 위한 철물 등 부가적으로 붙어야 하는 요소들이 많습니다. 이런 요소들을 고도의 디테일로 숨겨 내·외부를 마치 하나의 벽처럼 보이게 한다는 것은 정말 섬세한 디테일 고민과 시공력이 없다면 구현하기 힘듭니다. 그의 건물은 때때로 마치 모델링 프로그램 속에나 존재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만큼 그의 건축철학이 확고하고, 그 철학을 건물에 섬세하게 반영하는 건축가라고 생각합니다.

 

알바루 시자가 대지에 건물을 앉히는 방법

 알바루 시자는 건물이 들어설 대지를 받았을 때, 사무실이 아닌 그 대지의 주변 카페에 방문해 설계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건물이 들어설 장소의 주변 환경과 맥락을 보기 위해 현장에 직접 머무르며 건물을 계획하는 것입니다. 그 곳의 풍경, 사람들, 분위기 등을 오랫동안 지켜보며 그 대지에 어울리는 건물을 구상합니다. 그래서 알바루 시자의 건물은 주변의 풍경과 대지의 성격을 고려한 건축물들이 많습니다.

 알바루 시자의 초기작인 레카 수영장은 1966년도에 지어졌습니다. 이 수영장은 포루투에서 조금 떨어진 해안가에 만들어진 수영장입니다. 이 수영장은 해변과 암석사이에 절묘하게 끼워져 있습니다. 기존의 암석을 그대로 살려두고 오히려 수영장의 한 요소로 이용하였습니다. 마치 처음부터 그 곳에 있었던 것처럼 기존의 자연과 어우러지는 풍경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건축물 입니다.

 알바루 시자의 데뷔작으로 알려진 보아노바 레스토랑도 레카 수영장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합니다. 현재도 레스토랑으로 운영되는 보아노바 레스토랑 역시 해안의 암벽위에 지어졌습니다. 암벽사이에 나지막하게 앉혀져 있는 건물은 암벽의 경사 위에 지어졌습니다. 경사를 반하기보다는 경사위에 살포시 건물이 얹혀진 형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깊은 처마가 있는 지붕아래 넓게 뚫려 있는 개구부는 투명하게 바깥 풍경을 비춥니다. 깊은 처마 끝으로 보이는 바다의 모습이 인상적이며, 이 풍경을 위해 만들어진 건물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브라질의 이베레 카마르코 재단 미술관은 2007년에 지어진 알바 시자의 건축물입니다. 이 건축물의 대지는 한쪽은 가파른 절벽, 한쪽은 고속도로와 그 너머의 강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알바루 시자는 이 대지특성에 맞게 절벽 쪽의 매스는 평평하게 디자인하고, 메인 파사드는 곡선의 매스와 매스 밖으로 역동적인 모습으로 튀어나온 램프를 덧붙여 디자인하였습니다. 인접하고 있는 대지의 성격에 대응해 구성한 매스는 어떤 면에서도 주변과 자연스럽게 접하고 있습니다. 실내와 외부 램프에서는 역동적인 매스와 함께 멀리의 강이 보이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건물이 앉혀지는 대지를 고려하고 주변 맥락을 다양한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알바루 시자의 건축 개념이 잘 드러나는 건물입니다.

 

파주의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 담겨진 알바루 시자의 디자인

알바루 시자의 건축물 중 빼놓을 수 없는 대표작이 우리나라 파주에 있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입니다. 알바루 시자는 앞 단락에서 설명한 것처럼 주변 풍경을 고려하여 설계하는 건축가입니다. 그런데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의 대지는 주변에 특징적인 풍경이 없었습니다. 이런 대지 특성을 보고 알바루 시자는 주변 풍경이 없다면 만들면 된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건물 전면의 잔디정원과 곡면으로 이루어진 움푹 파고들어간 매스는 새로운 멋진 광경을 만들어 냅니다. 주변에 풍경이 없는 이 대지에서 알바루 시자는 밖을 바라보는 창문의 대부분은 건물을 향해 내었습니다. 역동적인 곡선과 움푹 들어간 매스를 따라 파고든 녹지공간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든 창은 그가 말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노출콘크리트로 이루어진 매스는 알바루 시자가 추구하였던 겉과 속이 같은 건축물의 개념을 잘 드러냅니다. 건물의 벽체자체가 구조가 되어 별도로 기둥과 같은 구조체가 없습니다. 외부에서 보이는 곡면의 벽은 내부에서도 그대로 벽체로서 공간을 만들어줍니다. 외부에서 건물의 형태를 만들던 곡선의 벽과 직선의 벽이 내부에서는 서로 교차하면서 다양한 공간감이 만들어 집니다.

 이 건물의 인상적인 또 하나의 특징은 뮤지엄이지만 내부에 조명이 설치된 것을 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건물 전체적으로 자연광을 간접광으로 끌어들여 내부 공간을 밝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효과를 주기 위해 우리가 흔하게 사용하는 천장 마감재를 이 뮤지엄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대부분 천장은 두 개의 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두 개의 켜 사이에 창을 두어 자연광을 유입시켜 마치 간접조명을 설치한 효과를 줍니다. 자연광만으로 내부 공간에 적절한 조도가 유지가 된다는 점이 정말 놀랍고 인상적인 건물입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정말 알바루 시자의 의도대로 다양한 풍경을 만들어 내는 건축물로 탄생했고, 앞으로도 오래도록 사랑받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