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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다다오의 사람을 고려한 합리주의 건축

by riarch 2024.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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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다다오의 독특한 경력

 

 안도다다오는 원주의 뮤지엄 산, LG아트센터 서울, 제주도의 본태 박물관, 유민 미술관 등으로 비교적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건축가입니다. 누군가에게 안도다다오를 설명할 때 빼놓지 않는 것이 바로 그의 경력인데요. 그는 고등학교 때 까지 프로복서 선수였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무엇인가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안도다다오는 19살 때 인테리어를 하였고, 이후 점차 건축을 접하였습니다. 우연히 접한 르코르뷔지에의 책에서 가슴속에 뜨거운 무언가를 느끼고, 고등학교시절 도쿄시내의 프랭크로이드 라이트의 제국 호텔을 보며 묘한 감정을 느끼며 자연스럽게 건축가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른 건축가들과는 달리 그는 건축교육을 전혀 받은 적이 없습니다. 여행을 통해 직접 발로 뛰고 두 눈으로 건축물을 보면서 공부 했습니다. 또한 철공소, 주물공장 등을 서슴없이 드나들면서 다양한 재료로 직접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데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지금까지도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감독하며 건물을 짓는 그의 태도는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그의 건축에 대한 열정이며, 지금의 그의 건축을 만들어준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안도다다오의 섬세한 노출 콘크리트 건축

 안도다다오의 건축물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노출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건축물들이 떠오릅니다. 콘트리트는 별도의 외장재 없이 구조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다양한 공간을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으면서도 경제적이라는 점이 안도다다오에게 큰 장점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당시 주로 나무와 종이로 되어 있는 주거공간에 익숙한 일본인들에게 차갑고 육중한 콘크리트는 낯설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안도다다오는 이 점을 치열하게 고민하여 개선합니다. 콘크리트의 혼합비, 거푸집, 콘크리트 타설 방법 등을 직접 연구하여 일본에 맞는 노출콘크리트를 새롭게 만들어 냅니다. 노출콘크리트는 시공 특성상 일정한 간격에 거푸집을 고정하는 부재의 동그란 자국이 남게 되는데, 안도다다오는 그 위치를 정확하게 계산하여 시공하도록 현장에서 빠짐없이 감독하며, 콘크리트가 균질하게 시공될 수 있도록 섬세한 시공과정을 더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지 안도다다오의 노출콘크리트는 육중하기보다는 부드럽고 날렵한 느낌이 듭니다. 안도다다오는 본인이 원하는 콘크리트의 품질을 내기 위해서는 특별한 기술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건물에 대한 열정과 노력, 그리고 정성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생각을 안도는 직접 현장에서 행동으로 옮기고 실천하는 건축가이며, 그의 치열한 고민은 일본의 노출콘크리트 시공기술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안도다다오는 노출콘크리트를 통해 무채색의 공간을 만들어 냈습니다. 노출콘크리트가 만드는 공간은 벽체가 드러나기 보다는 벽체가 둘러싸고 있는 공간 자체가 돋보였으며, 공간을 중시하는 안도다다오의 건축관을 드러내기에 좋은 재료였습니다. 안도다다오는 콘크리트에 섬세한 빛을 끌어들이고 그 공간 안에 머무는 사람으로부터 공간에 생명력이 부여되도록 하며 그의 노출콘크리트 건축을 발전시켰습니다.

 

사람을 담는 기하학적 형태의 안도다다오의 건축물

 안도다다오는 합리주의자였습니다. 합리적인 재료인 노출콘크리트를 택하였고, 그의 많은 건축물이 기하학적 형태를 띠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삶에 위엄을 주기 위해서는 질서를 필요로 한다.”라는 그의 이야기에서도 합리주의자적인 성격이 잘 드러납니다.

 하지만 안도다다오는 인간을 무시한 형식이나 형태를 고집하지 않았습니다. 합리주의자라고 하면 간혹 사람보다 절대적인 미의 기준이나 원칙을 우선시 하는 디자인도 있지만 안도다다오는 사람을 고려한 디자인이 어떤 것도 뛰어넘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안도다다오 자연적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인상적인 건축물들이 많습니다. 물의 교회, 물의 절, 빛의 교회, 바람의 교회 등 특히 종교건축에서 자연의 요소를 효과적으로 이용했습니다. 이런 자연적인 요소는 사람들이 진입하고, 머무르고, 기도 하는 공간의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물이 흐르는 소리, 바람의 촉각, 빛의 음영 등 다양한 감각과 함께 더 풍부한 공간을 경험 할 수 있습니다.

 안도다다오는 건축물들은 대지로부터 발생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대지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파악하여 그 대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안도다다오가 생각하는 대지는 단순히 지형이 아닌 문화적인 요소, 생활방식 등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을 녹여내야 하는 장소로서의 의미를 가집니다. 그럼으로 단순히 아름다운 형태를 만드는 것이 아닌 사람들을 담는 공간 자체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해왔습니다.

빛과 기하학적 형태가 만드는 뮤지엄 산의 공간

 

 우리나라에 있는 안도다다오의 건물들에서도 그의 특징이 잘 드러납니다. 뮤지엄 산은 수려한 산세로 둘러싸인 대지에 자연의 재료인 석재로 마감된 건물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평면에서는 안도가 추구했던 기하학적인 형태의 공간의 중첩을 통해 공간이 구성되었고, 내부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빛을 끌어들이며 다양한 공간을 연출합니다. 진입로에 잔잔한 수공간은 외부의 공간과 다른 공간으로 진입하는 전환의 역할을 해주는 공간으로서 안도다다오의 건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요소입니다.

 LG 아트센터 서울에서는 정방형의 평면을 택했습니다. 도시의 축을 고려하여 배치된 정방형의 테두리 내에 대공간의 매스들을 입체적으로 배치하고 이 매스들과 튜브 형태의 공간들이 서로 중첩되면서 재미있는 공간들이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컨셉이 도면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 건물에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습니다.

기하학적 형태를 다양한 방식으로 중첩시키면서 만들어내는 안도다다오의 공간에는 그 형태가 가지는 힘을 잃지 않으면서도 서로 어우러지게 만드는 빛의 연출과 디테일들이 숨어있습니다. 그런 요소들과 함께 건물을 감상한다면 더욱 재미있게 안도다다오의 건물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