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서울어린이대공원 '꿈마루' - 사람, 자연, 시간이 공존하는 공간

by riarch 2025. 5. 27.
반응형

어린이 대공원의 숨은 명소 꿈마루

 이번 주말에는 아이들의 창의력을 자극하는 좋은 공간을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서울 도심 속 푸른 숲인 어린이 대공원에 숨은 명소가 있습니다. 바로 서울 미래유산으로도 선정된 꿈마루 라는 곳인데요.

어린이 대공원의 음악분수와 식물원 사이에 위치한 이 건물은 낡은 노출콘크리트 건물이지만 그냥 스쳐 지나칠 수 없는 아우라가 풍기는 건물입니다. 이 건물이 지나온 세월의 이야기와 함께 한다면 건물의 진면모를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살아있는 시간의 박물관 

오랜 시간의 흔적이 있는 '꿈마루'


 이 건물은 우리나라의 유명한 건축가들의 손길이 곳곳에 닿아 있는 건물입니다
. 이 건물은 어린이 대공원 부지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어린이대공원 부지는 조선시대의 마지막 왕비인 순명황후 민씨의 능인 유강원이 있던 곳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1926년 순종이 사망한 후 이장되고 식민지 시대였던 조선은 1927년 이곳을 골프장으로 조성하였습니다. 1970년 골프장의 클럽하우스로서 최초로 지어진 이 건물은 우리나라 현대 건축의 1세대 건축가인 나상진 건축가의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이후 1973년 어린이대공원이 개원하면서 이 건물은 교양관, 전시관, 식당, 관리사무소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지만 점차 노후화된 건물은 철거 위기에 처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2011년 조성룡, 최춘웅 건축가에 의해 리노베이션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렇게 탈바꿈한 건물이 지금의 꿈마루입니다.

 이들은 나상진 건축가가 남긴 힘 있게 뻗은 노출콘크리트의 건물의 골조를 남기고, 필요한 부분은 채워가며 지금의 공간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때 건축가들은 새롭게 신축하는 부분은 벽돌, 철판, 유리, 목재 등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재료를 선택하여 기존 골조의 노출 콘크리트와 구분되도록 하였습니다. 이러한 건축가들의 노력으로 과거부터 현재가 공존하는 시간의 박물관이 되었습니다.

꿈마루 평면도

 

 

꿈마루’ : 아이들의 꿈을 만드는 공간

꿈마루라는 이름은 꿈이 자라는 마루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이 건물이 꿈마루로 리노베이션이 될 때 건축가는 단순한 전시관이기 보다, 아이들의 감성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화적 플랫폼이자 열린 학습공간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 건물은 우리가 흔하게 볼 수 있는 어린이 공간과는 거리가 멉니다. 건축가는 어린이 공간이 단순히 작게만드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공간을 해석하고 그들의 움직임과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이 건물 전체를 마치 놀이터처럼 설계하였습니다. 이 건물에 들어서면 어디론가 계속해서 흘러들어가게 됩니다. 실로 구획되어 막혀있는 공간이아니라, 빛이 나를 이끌고, 그림자가 이끕니다. 부드러운 곡면의 벽이 나를 이끌고, 자연이 이끕니다. 아이들이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다양한 장면들이 끝임 없이 펼쳐집니다. 완만한 경사로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였고, 아이들의 신체비율에 맞춘 낮은 천장, 아늑한 코너 등의 디테일은 아이들에게 더 없이 안정적인 공간이 되어줍니다. 이러한 공간구성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인상 깊은 놀이터가 됩니다.

자연스럽게 이끄는 동선

 

자연과 연결되는 유연한 공간 구성

 

꿈마루를 외부에서 마주하면 네 개의 굵은 콘크리트 기둥이 길게 뻗은 지붕을 떠받치는 구조가 눈길을 끕니다. 힘 있게 뻗은 콘크리트에 눈길을 주다보면 자연스레 건물로 이끄는 길을 따라 걷게 됩니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건물의 1, 2, 3층에 이르게 되며 북카페, 피크닉 정원, 다목적 홀 등 내외부의 다양한 공간들을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됩니다. 일부러 찾아가지 않아도 건물의 구석구석과 공원의 녹음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것이 이 건물의 매력입니다.

건물로 이끄는 진입로

 

 공원의 경사지에 위치한 이 건물은 경사를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여 지어졌습니다. 덕분에 각 레벨에서 볼수 있는 공원의 다양한 자연의 모습을 건물 안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였습니다. 외부 산책로가 이어지 듯 한 느낌이 드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전체적으로 공간이 구분되기 보다는 층의 구분이 모호할 정도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건축가는 고정된 벽체보다는 유동적인 공간구성으로 계획하여 전시, 워크숍, 체험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건물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변화에 강한 공간을 만들고자 하였기 때문입니다.

자연 및 지형과 조화를 이루는 꿈마루 - 지상3층에서 바라본 꿈마루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건축 놀이터

피크닉 정원

 

 건축은 때때로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낯설고 무거운 존재입니다. 그러나 꿈마루는 그 무게를 잊고 즐길 수 있는 건축자체가 놀이터가 되는 공간입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마음에 드는 공간에 머물러 다양한 곳에 시선을 함께해 보세요.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고, 대화가 이루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건축물, 그리고 좋은 공간에서 아이들의 감성과 창의성이 어떻게 발휘되는지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