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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마이어의 백색으로 만드는 건축

by riarch 2024.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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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마이어에게 백색이 가지는 의미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의 자연광이 풍부한 경사로

 

 백색의 건축가라고 불리는 리처드 마이어는 그의 별명처럼 백색의 건물을 설계합니다. 그는 백색에 대한 사랑이 남다릅니다. 1984년 프리츠커상 수상소감에서도 백색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강조하여 말하는데요. 그는 백색에서 무지개의 색을 모두 볼 수 있어 가장 멋진 색이라고 표현합니다. 백색은 자연의 빛과 함께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다양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또한 빛과 그림자, 그리고 건물의 보이드와 솔리드를 가장 잘 구분 지어 주는 색 또한 백색입니다. 따라서 명암의 대비를 잘 표현해 주어 시각적으로 형태를 힘 있게 보여주며, 선명하게 인지되도록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백색에 대한 리처드 마이어의 사랑은 그의 건축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명료하며 논리적인 그의 건물들은 백색의 순수하고 깔끔한 마감으로 더욱 빛을 발합니다.

 

초기 주택 설계에서 드러나는 리처드 마이어의 건축적 언어

 1960년대 그의 작품인 스미스 하우스 주택은 해안선에 위치하여 암벽, 나무, , 모래사장이 펼쳐져 전망이 아주 좋은 대지 위에 지어졌습니다. 역시 백색으로 지어진 이 주택은 자연환경의 배경 속에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냅니다. 동시에 개방감 있는 개구부와 적당한 솔리드 부분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기도 합니다. 4인 가족을 위한 주택으로 공적공간과 사적공간으로 공간이 명확히 구분되는 것이 이 주택의 특징입니다. 공적공간은 전망이 좋은 앞쪽에 두고, 사적공간은 뒤쪽으로 배치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내부로 빛이 환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러한 공적공간과 사적공간의 명확한 구분은 이후 리처드 마이어의 건축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공간 구성이 됩니다. 이 외에도 솔즈맨 하우스, 올드 웨스트버리 하우스, 샴버그 하우스, 더그라스 하우스, 지오반니티 하우스 등 백색의 주택을 일관되게 설계하며 그의 스타일이 드러납니다. 기하학적인 형태를 띠며, 르코르뷔지에의 스타일처럼 구조의 독립성을 띄고, 명확한 동선을 위한 중심의 경사로와 대칭적인 계단을 두는 등 그 만의 건축 언어들이 생겨납니다.

 

논리적이면서도 섬세한 리처드 마이어의 건축

 1970년대 이후 리처드 마이어는 공공건축에도 활발하게 참여합니다. 뉴 하모니에 위치한 도시탐방소는 광활한 평야 위에 위치하며 역시 백색이 돋보이는 건축물 입니다. 내부의 3개 층은 오픈되어 중앙의 경사로로 연결되어 있으며, 천장으로부터 밝은 빛을 받아들입니다. 도시의 축을 받아들여 형성된 떠 있는 매스의 형태는 주변과 잘 대응되면서도 그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이 작품에서 드러나듯 리처드 마이어는 자연 속에 백색이라는 상징적인 색을 사용하면서도 주변 맥락과 자연환경과 건물의 조화로움을 고려하며 자연광을 건물 내부로 어떻게 끌어들일지에 대한 치밀한 계산을 통해 건물을 설계하였습니다. 이런 리차드 마이어의 건축관은 브롱스 재활센터, 하트포드 신학교 등 여러 공공건축에서도 드러납니다.

 1980년대 이후 리처드 마이어는 장식미술관과 하이뮤지엄을 통해 뮤지엄 건축에서도 두각을 나타냅니다. 장식미술관에서는 기존 건물과 신축 건물의 조화와 도시적 맥락을 고려한 그의 배려가 돋보입니다. 기존 건물을 둘러싸고 배치된 신관은 빛이 쏟아지는 커튼월을 통해 기존건물을 바라볼 수 있게 하였고, 기존 건물의 어휘들을 신관에도 적용하며 옛것과 새것이 조화롭게 공존 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습니다. 뮤지엄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나는 건축적 특징은 자연광이 풍부한 오픈 공간에 위치한 경사로입니다. 커튼월, 천창 등을 통해 빛이 풍부한 공용공간을 만들고 그곳을, 경사로를 통해 수직적으로 이동하며 내 외부 공간을 다양한 시선으로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자연광이 있는 경사로는 이후 바르셀로나 뮤지엄, TV/라디오 뮤지엄 등에서도 건물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커튼월을 통해 자연광을 받아들이는 솔올미술관의 중정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 개관한 강릉의 솔올 미술관에서도 자연광을 풍부하게 받아들이는 리처드마이어 건축의 특징이 드러납니다. 내부의 중심 공간은 2개 층이 오픈되어 커튼월을 통해 풍부한 빛을 받아들이며, 그 주변을 복도로 두어 다양한 시선으로 외부 공간과 내부 공간을 함께 바라볼 수 있습니다. 2층에서 1층의 외부 공간으로 연결되는 경사로는 내부에서 외부 방향으로 보았던 시선을 외부에서 내부로 향하게 옮겨줍니다. 자연스럽게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건물의 모든 면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시선이 머무르는 곳에는 항상 자연광과 외부 공간이 함께합니다. 시공 디테일이 부족한 점이 아쉬웠지만 리처드 마이어의 뮤지엄 건축의 특징이 드러나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리처드 마이어는 그만의 건축적인 논리와 사고가 건물에 뚜렷하게 드러나는 건축가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건물이 만들어지는 곳의 주변 환경과 맥락을 고려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그의 섬세함이 드러납니다. 때문에 자칫 차갑고 딱딱해 보일 수 있는 그의 논리 정연함이 주변과 어우러지며 그 곳에 녹아들고 부드럽게 풀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랫동안 백색의 건축가로 일컬어지며 그만의 특색 있는 작품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