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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로저스의 피렌체 광장을 닮은 하이테크 건축

by riarch 2024.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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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리처드 로저스에게 영향을 준 피렌체의 광장

 리처드 로저스는 1993년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문화를 가진 도시 피렌체에서 태어났습니다. 리처드 로저스는 어린 시절 피렌체 광장의 기억을 인상 깊게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남녀노소 계층에 상관없이 어우러지는 광장이라는 공간은 도시의 공간 중 가장 이상적이라고 여기며, 그가 남긴 건축물에도 어렸을 때 보았던 광장이라는 공간이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6살이 되던 해에는 영국의 런던으로 이주하여 생활하였습니다. 리처드 로저스는 난독증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어렸을 때 난독증으로 인해 학업 성취도가 상당히 낮았고, 따라서 학창시절을 힘들게 보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후 건축대학에서 공부하고, 사촌의 설계사무실에서 일하면서 건축에 눈을 뜹니다. 그는 노먼포스터, 웬디치즈먼, 조지 월튼과 함께 팀4를 결성하여 하이테크 건축의 장르를 만들어 나갑니다.

 

오로지 사람을 위한 공간 : 퐁피두센터

 리처드 로저스의 가장 유명한 대 표작은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파리의 퐁피두센터입니다.

1997년 이탈리아 건축가인 렌조피아노와 구조설계사인 피터 라이스와 함께 선보인 설계안입니다. 당시 퐁피두센터의 부지는 파리의 중심부이며 역사가 깊은 곳이었지만 빈민가로 낙후되어 있었습니다. 이 지역을 재개발 하면서 퐁피두센터 공모전이 진행되었고, 당시 건축물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형식의 리처드 로저스의 설계안이 당선되었습니다. 현재 퐁피두센터의 건물을 보아도 기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드는데, 당시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낯선 모습이었을지 이해가 됩니다.

이 건물이 이렇게 낯설게 보이는 이유는 건물 외부로 구조, 설비들이 모두 빠져나와 있기 때문입니다. 건물을 사람에 비유하자면 중력을 받쳐주는 구조체는 뼈대와 같은 역할을 하고, 물이 돌아다니는 배관은 혈액을 옮기는 핏줄, 전기가 통하는 배선은 전기적인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 몸의 뼈, 혈액, 신경과 같이 건물을 작동할 수 있게 하는 설비공간이 건축물 어디엔가 숨어서 작동하고 있습니다. 퐁피두센터는 기존 건물에서는 숨겨놓아 사람들 눈에 띄지 않도록 했던 구조, 배관, 배선 등의 설비공간을 모두 외부로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심지어 이런 요소들에 각각의 역할을 알아볼 수 있도록 기능별로 다른 색을 칠해 놓았습니다. 건축물이 작동하게 만드는 구조적, 기계적 요소들로 자연스럽게 건물의 입면이 만들어졌으며, 당시 사람들에게 많은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리처드 로저스가 이렇게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구조체와 설비공간을 건물 외부로 노출시킨 데는 깊은 의도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들에게 내부의 모든 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보통 건축물은 기둥, 내력벽 등과 같은 구조체로 인해 공간을 구획 받습니다. 또한 기계 전기설비를 위한 샤프트 공간을 따로 둠으로서 일정 공간을 샤프트 공간(설비가 지나가는 공간)으로 할애합니다. 리처드 로저스는 구조에 의해 공간 구획에 제약을 받지 않으며, 설비 공간마저도 모두 없애 내부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런 건축가의 의도로 퐁피두센터의 실내는 넓은 오픈공간으로 다양한 공간감이 연출되며 사람들의 시선이 다양한 방식으로 교차하는 대공간으로 탄생하였습니다.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힘이 있는 여의도 더 현대 서울

 더 현대 서울은 여의도의 복합단지인 파크원 건물의 한 영역에 있는 백화점입니다. 오픈 초기부터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함께 밖으로 드러난 붉은색의 철골 구조물에 많은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공사가 다 끝난 것인지 재차 묻는 사람들도 많았고, 미관상 보기 좋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더 현대 서울은 개점 후 3년이 채 안되어 매출 1조억 원을 달성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더 현대 서울의 건물의 설계 개념도 퐁피두센터와 같습니다. 외부에 드러난 붉은색의 구조체들은 건물의 하중을 지탱해 줍니다. 덕분에 내부에는 별도의 기둥과 같은 구조체가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죠. 특히 더 현대 서울의 넓은 공간을 덮고 있는 지붕은 규칙적으로 배치된 여덟 개의 크레인과 트러스 구조에 의해 들어집니다. 따라서 철골 구조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들을 하중을 받지 않아 빛이 들어오는 창으로 계획할 수 있었습니다. 천창을 비롯한 넓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은 창문 없이 설계되었던 기존의 백화점과는 다른 공간의 분위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밖으로 드러난 구조 덕분에 자유로운 공간의 구성이 가능한 내부는 많은 보이드 공간을 두어 층별로 구획된 공간이 아닌 입체적으로 연결된 공간으로 만들어 졌습니다. 이런 공간들은 실내 정원을 비롯한 문화 및 팝업공간과 함께 시너지를 발휘해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을 위한 공공의 건축

 리처드 로저스는 건축물은 모든 사람들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린 시절 보았던 피렌체의 광장과 같이 말이죠. 퐁피두센터를 계획할 때에도 그 지역에 넒은 공공 공간이 없음에 대지의 절반정도를 광장으로 내어주었습니다. 그는 생애동안 광장과 같이 차별받지 않고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공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가 추구하는 하이테크 기술도 공공을 위한 건축을 만드는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조금 더 확보하고, 풍부한 공간으로 구현하기 위해 연구하고 도전한 분야였습니다.

 영국 BBC에서 리처드 로저스를 소개할 때 아름답고 장난기가 많고 이상한 혁신적이고 시각적으로 압도하는 독창적인 건물들이라는 첫줄로 시작하였습니다. 그의 건물은 평범하지 않았고, 많은 논란을 동반하였습니다. 아름다움의 기준에서는 저마다 다른 의견으로 그의 건물에 대해 말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가 생각하는 공공의 건축, 그 공간을 위한 기술적인 혁신과 도전정신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