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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치퍼필드의 도시와 사람을 생각하는 건축

by riarch 2024.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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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치퍼필드의 도시를 생각한 건축

 2023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프리츠커상 외에도 100여개가 넘는 수많은 상을 수상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영국에서 태어났으며, 리처드 로저스와 노먼 포스터의 사무실에서 일했습니다. 1985년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사무실을 설립하여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활동 하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특히 인상 깊은 공공건축물 작품들이 많습니다. 유럽의 오래된 고건물들을 복원하고 확장하는 작품들에서 그의 건축적 철학이 드러납니다. 기존의 건물과 건물이 존재하는 곳의 맥락을 중요시하는 그의 태도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공간들을 만들어 냅니다.

 독일 베를린의 신 박물관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도시와 건물을 대하는 태도를 잘 보여줍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전쟁으로 손상이 된 박물관 건물을 어떤 방식으로 재탄생시킬지에 대한 깊고 오랜 고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가 수백만 번의 기술적, 미학적, 정치적 선택이 이어졌다고 표현할 만큼, 어디까지 남겨야 하고, 어디까지 새로 지어야 할지 쉽지 않은 결정의 연속이었을 것입니다. 지금의 신 박물관(neuse museum)’ 건물은 남아있는 부위는 최대한 복원을 하고, 완전히 파괴가 된 곳은 새로운 공간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만들어 졌습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섬세함을 통해 옛것과 새것이 자연스럽게 만나면서 오랜 시간의 흐름을 담는 건물이 되었습니다.

 ‘신 박물관을 진입할 때 마주하는 제임스 사이먼 미술관(James Simon Galerie Berlin)’도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작품 중에 빼놓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제임스 사이먼 미술관신 박물관과 함께 베를린의 박물관 섬이라는 곳에 위치합니다. 이 섬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역사적인 박물관들로 채워져 있는 섬입니다. 이 섬으로 진입하는 입구에 제임스 사이먼 미술관이 위치하고, 섬의 메인 로비, 매표소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 건물은 오래된 고건물들 사이에서 백색의 현대적인 느낌으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길게 늘어선 열주들이 고건물들과 비슷한 언어로 받아들여지면서 이질감이 들지 않습니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기존의 고건물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메인로비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기존 건물과 대지 지금까지 그것들이 가지는 역사를 얼마나 중시하고 배려하여 건축을 하는지 잘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사람을 생각한 건축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도시공간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누릴 수 있는 공적공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도시공간은 크게 주거공간과 공적공간으로 나뉘어져 있고, 주거공간의 개선에만 집중하다보면 공적공간에 대한 중요성을 잊어버릴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공적공간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열린 차별 없는 휴식, 경험, 커뮤니티의 공간되기 때문에 꼭 필요한 공간이라고 말합니다.

아모레퍼시픽 본사 로비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이야기하는 공적공간에 대한 생각이 잘 담긴 작품이 우리나라의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입니다. 이 건물의 설계안을 제안받기 위한 공모전의 지침은 원래 높은 타워형으로 설계하는 것을 기준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높은 타워형 건물로서는 좋은 공적 공간을 구현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고, 볼륨감을 키우고 층수를 낮춘 지금의 계획안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직원들의 복지와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했던 아모레퍼시픽의 가치관과 잘 맞아 떨어져 지금의 아모레퍼시픽 본사건물이 탄생한 것입니다. 오피스 중앙에는 중정으로 외부공간이 있으며 상층부에도 구간마다 정원이 위치하여 질 좋은 휴게공간을 제공합니다. 이 외부공간을 중심으로 열린 (디귿)자 형태의 오피스 공간은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을 의도하였습니다. 더 인상적인 부분은 저층부에 있습니다. 보통 기업의 본사 건물들은 보안문제로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모레퍼시픽 본사의 경우 외부인들에게 오픈되어 있습니다. 건물의 1층에는 사방으로 열주가 늘어서 있습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종종사용하는 요소인 열주는 건물의 입구성을 주는데, 아모레퍼시픽 본사건물에서도 1층에 열주를 둠으로서 도시를 향해 사방으로 열린 느낌을 주었습니다. 덕분에 주위를 지나는 시민들을 어렵지 않게 건물로 끌어들이고, 내부 전시관, 카페, 식당들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보안에 대한 문제는 코어를 사방으로 나누면서 수직 동선 체계로서 해결하였고, 덕분에 아모레퍼시픽의 저층부 공간은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고, 덕분에 기업의 홍보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말하는 건축가의 역할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건축가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합니다. 그는 뉴욕타임즈 인터뷰 중에서 우리의 모든 행동은 경제적 측면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 영향 측면에서 파악되어야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유현준 건축가와의 인터뷰에서는 건축가는 돈을 지불하는 건축주를 위해 건물을 짓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꼭 돈을 지불하는 사람만이 우리가 고려해야하는 유일한 대상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 건물을 이용하는 이용자도 우리의 건축주이며, 그 건물의 옆을 지나가는 시민도 우리의 건축주가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경제적인 것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고 제약이 생기는 것이 건축이지만, 그 제약된 조건 안에서도 반드시 건축가의 역할로서 사회적, 환경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프리츠커상을 수상할 때 심사위원회는 데이비드 치퍼필드를 재능있는 건축가는 때때로 자신의 존재감을 지워버리기도 한다...(중략)...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건축이 있는 환경과 맥락을 존중했기 때문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그의 생각을 그의 건물을 통해 도시에 자연스럽게 입히고 있고, 미래에도 그의 생각이 담긴 건물들로 남을 것을 기대합니다.